켈슈브로이 - 양산시민신문

관리자 | 2015.10.20 17:59 | 조회 4043

“맥주 한 잔 못해도 난 맥주와 결혼한 남자!”                                    

하북면서 ‘켈슈브로이’ 운영하는 조현출 씨
일본ㆍ독일서 맥주 배워 2002년 만들기 시작
“시민에게 하우스 맥주 알리는 게 목표”                                    

2015년 10월 13일 [양산시민신문]

 


 크래프트(craft) 맥주, 또는 하우스(house) 맥주로 알려진 수제 맥주 열풍이 거세다. 대형 제조사가 대량 생산하는 것과 달리 소규모 양조시설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해 맥주마다 특징이 뚜렷한 탓에 수제 맥주 마니아를 늘려가는 추세다.

우리 지역에도 13년 동안 오롯이 맥주에만 전념한 ‘브로이마스터’(Br aumaster, 맥주 제조 기술자)가 있다. 하북면에서 수제 맥주 공장인 ‘켈슈브로이’를 운영하는 조현출(60) 씨가 그 주인공.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조 제조가 가능해졌을 때 국내 최초로 면허를 취득하며 수제 맥주 알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1999년 일본 여행 중 소규모로 맥주를 제조하는 ‘마이크로 브로이’를 접했어요. 맥주를 직접 만든다는 자체가 정말 신선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던 일 다 접고 맥주 만드는 데만 3년을 매달렸어요. 일본, 독일을 수시로 오갔고 한국에 있을 때는 소규모 맥주 제조가 불가능했던 당시 주세법 개정을 위해 국세청을 들락거렸죠.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죠. 그게 되겠냐고요”


술 못 먹어도 맥주 만들기는 장인


조 씨는 맥주에 빠진 것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체질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없어 술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음에도 수제 맥주를 보는 순간 ‘저거다!’ 싶었기 때문이다. 맥주라곤 OB와 하이트밖에 몰랐던 그에게 천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맥주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레시피가 정말 다양해요. 넣는 홉(맥주 원료인 열매) 종류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걸 배우는 데 어찌나 재밌던지 몰라요. 오히려 술을 못 먹기 때문에 양조하는 데 더 유리해요. 혀가 더 예민하거든요. 조금만 먹어도 뭐가 부족한지, 뭐가 넘치는지 느낄 수 있어요. 거기다 13년이나 됐으니 보기만 해도 알죠”

조 씨가 만드는 맥주는 세 종류. ‘켈슈(독일발음으로는 쾰슈)’와 ‘알트’, ‘페일에일’이다.

켈슈는 독일 쾰른 지방에서 유래한 맥주로, 부드럽고 가벼운 맛, 하지만 홉의 쌉싸름한 향이 어우러지며 깔끔한 풍미가 있다. 알트는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 명물로 구수한 보리 맛과 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이곳의 페일에일은 영국식이 아닌, 미국식 ‘아메리칸 페일에일’이다. 오렌지와 자몽 등 달콤한 과일 향이 솔솔 풍기는 게 특징. 하지만 맛에서는 단맛이 좀 덜 느껴지는 드라이한 맥주다.


유통 집중해 전국 판매망 구축


조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제조장 외에서도 수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돼 가게를 접고 유통에 전념하게 됐다. 그가 만든 뛰어난 맥주 맛에 반해 현재 부산, 광주, 서울, 경기도 등 전국 각지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조 씨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10년 넘게 제조장 안에서만 술을 판매했는데 영 수익이 나지 않더라고요. 물론 수익만을 바랐다면 진작 이 일을 그만뒀겠죠. 하지만 제가 수제 맥주 제1호이니 만큼, 꼭 이것을 활성화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진 않아도 제게는 그런 사명감이 있었어요”


살아있는 효모, 시민에게 알리고파


조 씨는 수제 맥주야말로 ‘웰빙 맥주’라고 말했다. 맥주와 웰빙,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저온숙성으로 효모균이 100% 살아있어 장운동을 도와 건강에도 좋다는 그의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맥주 효모는 일본에서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으로 쓰일 정도로 몸에 좋아요. 풍부한 영양소에 소화도 돕고, 장을 청소해주고 다이어트에까지 효과가 있죠. 이외에도 혈당, 콜레스테롤 저하, 노화 방지 등 장점을 말하자면 수도 없어요”



장점이 많은 수제 맥주지만, 마셔주는 사람이 없으면 말짱 꽝이다. 그래서 조 씨는 양산에 수제 맥주 전문점이 없다는 걸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목표를 정했다. 양산시민에게 수제 맥주의 매력을 알리자고 말이다.

“양산에서 처음 이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양산에서 만들고 있는 술이기 때문에 양산시민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이 집 술 참 맛있다, 술 정말 좋다’인데 언젠가는 시민 모두가 제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 누구보다 양산시민에게 사랑받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조 씨.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맥주와 24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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